나의 화분에 라벤더 싹이 하나 더 틔었다.
늦게나마 겨우 한 녀석만 살아남은 줄 알았는데... 뜻 밖의 일이었다.
'위즐'이만 있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는데 말이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째서 새 싹은 항상 이른 아침에만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니고 새벽 두 시도 아닌,
왜 꼭 아침 여섯시 반에야 발견하게 되는 것인지.그 이유가 조금은 궁금해졌다.(내 기상시간때문일텐데 바보같은 자문자답...)
흐믓한 아빠미소를 흘기며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좀처럼 떠오르지 않은 탓에 고개를 돌려 화장하기에 바쁜 페퍼선니를 부르려던 찰나,
저 멀리서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나 그러고보니 오늘 아홉시까지 출근이야."
"응?... 왜?"
"오늘 광복절이잖아. 공휴일은 아홉시까지니까."
"아... 으우움... 좋다!!!"
"응?... 뭐가?"
"새로 틔운 싹 이름을 정했어!"
"뭘로??"
"아홉시! 오늘 아홉시까지 출근이라며.. 아홉시로 지을거야."
그렇게 해서 내 두 번째 라벤더 싹의 이름은 '아홉시'가 되었다.
태어난 날(광복절), 여자친구의 출근시간이 아홉시까지라서.
2016. 8. 15 아침.
위즐이의 오른쪽에 갓 태어난 아홉시가 보인다.
2016. 8. 20 오후 두 시.
(7월 7일에 심고) 7월 16일에 태어난 오코,
(7월 7일에 심고) 7월 22일에 태어난 노미,
(7월 16일에 심고) 8월 12일에 태어난 위즐,
(7월 16일에 심고) 8월 15일에 태어난 아홉시
나의 위즐이는 페퍼선니의 노미보다 20일 가량 늦게 태어났음에도 키가 비슷할 정도로 쑥쑥 자랐다.
우리 둘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관리도 따로 한다.
각자 서로의 화분에만 물을 주고, 애정을 쏟는다.
라벤더 누가 더 잘 키우는지 내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잘 키운다'에 대한 기준이 참 불명확한 것 같다.
내기에 무엇을 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갑자기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당황스러울 때는 완전히 다른 주제로 빠르게 넘어가야한다.
오늘 오후 네 시에 배달의 민족 App에서 선착순 5천명에게, 치킨 10,000원 할인 쿠폰을 뿌린다고 한다.
페퍼선니 몸보신도 시킬 겸, 이벤트시간을 까먹지 않기 위해 요즘 부쩍 갖고 노는데 맛들린 Siri를 불렀다.
"시리야"
"네, 말씀하세요..."
"오후 세 시 반에 알람해줘~"
"오후 세 시 삼십 분 알람을 켰습니다."
"시리야, 오후 세 시 삼십분 알람을 취소해줘~"
"알겠습니다. 오후 세 시 삼십 분 알람이 꺼졌습니다."
"시리야, 오후 세 시 삼십분에 알람해줘~"
"오후 세 시 삼십 분에 알람이 설정되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시리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백설 공주님? 혹시 백설 공주님이세요?"
"시리야, 나는 XX식용유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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