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왔다.
우리의 뱃속은 어찌나 시간개념이 투철한지 정오가 되자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점심을 먹을까?"
함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쿠라스시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쿠라스시 우메다점으로 가는 길은 꽤 만만찮았다. 이유인즉슨,
1. 공항노숙으로 2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
2. 2박3일간 사용할 모든 용품이 들어있는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3. 땡볕이 장난아니었다.
4. 초행길
첫 횡단보도를 경쾌하게 건너며 눈빛을 반짝여대던 페퍼선니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여기에 더불어 본인의 장난끼가 발동하여 작품사진 찍겠다며 괜한 골목길에 밀어넣기까지 했다.
네번째 사진을 보면 그녀의 어깨가 활처럼 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악산 중턱에서 먹는 육개장 사발면이 겁나 맛있듯,
고생 끝에 입 속에 넣은 쿠라스시의 초밥은 100엔이라는 가격이 무색할만큼 황홀하고 기가 막힌 맛이었다.
'100엔 스시가 이 정도 맛이라면 고급스시는 도대체 어떻다는 얘기야?'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15년 9월 2일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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