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잠을 청하려고 베개에 머리를 뉘이면 꼭 뒷목이 아팠다.
뒷골이라 불리우는 곳인지, 뒤통수인지 ...잘은 몰라도 이 때문에 몇 번이나 자세를 뒤척인다.
일요일 낮에 페퍼선니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멍하니 선 채로 침대를 본다.
"자리가 좋지 않아."
혼잣말로 위치가 이상한 것 같다며 투덜대지만, 그래봐야 좁디 좁은 원룸이다.
침대건 바닥이건 누울 자리는 처음부터 그 자리 한 곳 뿐이었다.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두고 자야 옳은 것인지에 대해 검색을 해본다.
- 수맥이 아니더라도 욕실이 머리방향과 맞닿으면 안된다.
- 북쪽으로 머리를 두는 건 시체 뿐이다. 동쪽이나 남쪽이 좋고, 서쪽으로 해도 나쁘진 않다.
'이런......'
지금까지 욕실과 맞닿는 벽에 침대머리를 딱 붙이고 있었다.
나침반을 확인해보니 방향 또한 정확히 북쪽이다.
아냐, 설마 그럴리 없어.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ㅏ하하핳ㅎㅎ하하하 침대가 꽤 무거운 탓에 스산한 날씨에도 등짝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매트리스와 시트, 담요 그리고 베개와 이불까지 정리하고나자 묘한 안도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잠시나마 '이렇듯 자연스럽게 토테미즘에 빠지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쪽이나 남쪽으로는 도저히 방향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서쪽 방향으로 침대머리를 돌렸다.
원래 있던 책상이 발끝에 닿아, 잠들기 전에 영화를 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래도 아직은 어색한지 자꾸 주변의 소품들만 이리저리 옮겼다가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이게 반복되다보니 어쩌면 풍수지리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초조함, 불안감이 문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여하튼 방향을 바꿨으니, 침도 좀 덜 흘리고 코를 고는 것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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