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러웠던 이사가 어영부영 끝나가지만,
오랜 백수생활을 청산하게 될 것 같아서 더욱 바빠지는 요즘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여전히 감겨있는 두 눈으로 좁은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한다.
그리고는 젖은 머리카락 위에 수건을 올려둔 채로 베란다에 나와서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어이구~ 잘 잤뉘이이?"
"새벽에 추웠지이이?"
"기운내서 쭉쭉 자라렴~"
라벤더화분 위에 물을 뿌릴까 말까 고민을 한다.
4~5일에 한 번 건조할 때 물을 주라고 설명서에 나와있었지만,
과한 애정에 애꿎은 분무기만 들었다 놓기를 수 차례 반복한다.
아이에게, 애완동물에게 그리고 식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과한 애정을 쏟는 것 같다.
7월7일에 심었던 페퍼선니의 라벤더는 9일째(16일)에 눈꼽만한 싹을 틔우더니
이제는 어엿한 식물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너무 자주 물을 줘서 죽었을거야'라고 악담을 퍼붓던 나의 저주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라벤더는 요즈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나의 라벤더는 여전히 싹을 틔울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에 심었으니 예상 발아시기는 26일이다.
그 때가 되어서 새 싹이 나지않는다면, 나는 약간 우울해질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뒤에 찾아올지도 모를 우울함에 대해 걱정하고 있자니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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