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본명은 선니가 아니다.
재작년 가을 어느 날 밤, 우리는 하늘공원을 찾았다.
계단을 힘들게 오르며 조금은 멘탈이 나갔던 그녀.
사방이 캄캄해지고 억새풀숲 사이로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녔던 탓이었을까?
평소 조숙하고 얌전하던 성격의 그녀가 길을 내려오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웃다가
이상한 동물소리를 조금 내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우스갯소리로 '또 다른 자아가 튀어나온 것'이라며
이름의 끝 글자만 바꿔 '선니'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지금은 선니(라는 존재 또는 자아)가 그녀의 일과 중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동물소리가 아닌 사람의 소리를 들었던 적이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현재 많이 변했버렸다.
"잘자, 내일 보자"
"으르릉.. 크르릉.."
"배고프니?"
"끼이 끼이 끼이"
"사랑해"
"히이요오우우잉"
몇 번이고 사람으로 돌아와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2014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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